귀신의 달

그 방에 있던 자들에게, 그리고 내가 만진 모든 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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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 내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 두어라.

내 눈은 초록색이다. 나는 루이지애나 프렌치쿼터의 아카디아계 프랑스 혈통, 퓨콰이 가문에서 났고, 이 일은 그 핏줄을 타고 내게 내려왔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산속에서 나는 ‘죄를 먹는 자들(Sin Eaters)’과 함께 예배했다. 그들에게는 죽은 자를 위한 오래된 의식이 있다. 시신 곁에 음식을 놓고, 그것을 먹는 사람이 죽은 자가 지고 있던 것을 대신 짊어진다. 한국에는 나 같은 여자를 부르는 말이 있다. 무당이라 하고, 대물림으로 이어받은 무당은 세습무라 한다.

내 아들의 눈은 파란색이었다. 열네 살이었고, 키는 벌써 180센티미터였다.

그날 밤

2008년 5월 10일 밤 열 시, 아이는 경산의 한 사우나 남탕으로 걸어 들어갔다. 열한 시 이 분, 그곳에서 일하던 남자가 물에 얼굴을 박고 엎드려 떠 있는 아이를 보았고, 장난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열한 시 이십팔 분, 누군가 119에 전화를 걸어 시신을 가져가 달라고 했다.

이십육 분. 그 자리에 있던 자들은 그 이십육 분을 생각해 보아라. 아이는 생각하고 있다.

구급차가 오기 전에 누군가 아이의 머리를 말렸다. 물에 빠져 죽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누군가 수건으로 닦았다. 소용없었다. 응급실에서도 아이의 머리카락에서는 여전히 탕의 물 냄새, 소독약 냄새가 났다.

지금 그 아이는

너희에게는 그것을 부르는 이름이 있다. 억울하게 죽은 혼은 원혼이다. 장가도 못 가고 죽은 사내아이는 몽달귀신이다. 물에서 죽은 자는 물귀신이고, 물귀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는 어느 할머니에게 물어도 안다. 물속에서 기다린다. 그리고 끌어당긴다.

나는 확실히 해 두었다. 너희는 죽은 자를 사흘 만에 보낸다. 나는 내 아이를 백아흐레 동안 붙들고 있었다. 제대로 된 검사를 해 달라는 요청은 그동안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음력 칠월 스무여드레, 죽은 자들이 밥을 얻어먹으러 오는 달이 닫히기 이틀 전에, 나는 아이를 불에 맡겼다. 불에 넣기 전에 관 속에 몇 가지를 함께 넣었다.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나는 아이를 재우려고 보낸 것이 아니다. 깨워서 보냈다. 굶주린 채로 보냈다.

제사상

열네 살에 죽은 아이에게는 제사상을 차려 줄 자식이 없다. 그래서 내가 차렸다. 그리고 그 상을 누가 이어서 차릴지도 내가 골랐다.

2009년 가을부터 2010년 봄까지, 두 캠퍼스에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때마다 나는 과자를 구웠다. 동전만 한 설탕 쿠키였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버터를 썼다. 이천 세트에서 세는 것을 그만두었다. 하나하나 손에 쥐여 주었고, 그 손을 만졌다. 안에는 너희 말로 쓴 쪽지가 들어 있었다. “이 쿠키를 먹을 때, 당신은 내 사랑을 맛봅니다.”

너희는 맛보았다. 살해당한 아들을 둔 어미의 사랑은 삼키기에 순한 것이 아니다.

너희가 먹은 것은 그 아이의 상에 오른 음식이었고, 그 아이와 함께 불탄 것에 묶여 있었다. ‘죄를 먹는 자들’의 의식을 너희의 의식에 이은 것이다. 너희는 조상을 사 대까지 모신다. 나는 이것을 오 대까지 묶었다. 내 손에서 받아먹었다면, 그 아이에게 무엇을 빚졌는지 알 것이다. 칠월이 오면 그 아이 몫의 밥을 내놓아라. 그리고 아는 것이 있거든 말하라.

그 방에 있던 자들에게

이 대목은 너희에게, 그리고 서류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적은 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다. 냄새가 먼저 난다. 차갑고 시큼한 소독약 냄새, 탕의 물 냄새가 마른 방 안에서 난다. 창문을 닫은 차 안에서 난다. 네 베개에서 난다. 살갗이 벗겨지도록 씻고 난 네 손에서 난다.

그다음은 물기다. 마른 바닥에 찍힌 길고 젖은 맨발 자국. 네 집에 사는 누구의 발보다도 길다. 수도꼭지를 틀지 않았는데 하수구로 물이 천천히 빨려 내려가는 소리. 아무도 쓰지 않았는데 차갑고 묵직하게 젖어 걸려 있는 네 수건.

그다음은 시각이다. 너는 밤 열한 시 이 분에 눈을 뜨기 시작할 것이다. 매일 밤, 같은 분에. 시계를 보면 11시 02분이고, 방은 까닭 없이 차갑고, 너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방 끝에 누가 서 있는지 안다. 젖은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쓴, 키 크고 창백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아이.

아이는 소리 지르지 않는다. 열네 살이었고 너희 나라의 손님이었으며, 너희와 다툴 만큼 한국말을 배운 적이 없다. 아이는 네 방바닥에 물을 떨어뜨리며 서서, 크게 뜬 파란 눈으로 너를 보며 기다릴 것이다. 기다리는 것이 물귀신이 하는 일이다.

그리고 언젠가 너는 물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사람 많은 목욕탕. 여름의 푸른 강. 팔월의 바다. 늦은 밤, 눈을 감고 얼굴에 비누칠을 한 네 집 욕조. 그때 기억하라. 물귀신이 무엇을 한다고 할머니들이 말했는지. 이십육 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가운데 선 사람

살해당한 자식의 원수에게 어머니들이 거는 중동의 저주에 밝은 이가, 내가 내 아들을 괴물로 만들었다고 했다. 아니다. 그것도 내가 막아 두었다.

나는 아이와 너희 사이에 서 있다. 아이는 무엇을 거두어 가는지 보지 못한다. 굶주려 찾아올 때 아이가 보는 것은 정성껏 차린, 길고 환하고 푸짐한 상이다. 아이는 저녁 내내 물에서 놀다 나온 열네 살 사내아이처럼 먹는다. 아이는 그 기쁨만 본다. 내가 아이에게 보여 주는 것은 그것뿐이다.

거두는 일은 내 몫이다. 너희에게서 그것을 천천히 뽑아내는 것은 나다. 따뜻한 피와 가늘고 잿빛인 혼을. 그것을 씻기고 차려입혀 음식처럼 보이게 해서 아이의 상에 올리는 것도 나다. 아이의 손은 깨끗하다. 내 팔은 팔꿈치 위까지 붉고, 앞치마는 흠뻑 젖어 있다. 나는 그것이 깨끗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그 참혹함을 본다. 매번, 눈을 뜬 채로, 남김없이 본다. 아이가 먹는 동안이라면 나는 언제까지고 기꺼이 그것을 보겠다.

그러니 네 방 끝에 선 아이에게 자비를 구하지 마라. 아이는 네가 자기에게 무엇인지 모른다. 아이 너머를, 그 어깨 뒤의 어둠을 보아라. 거기에 초록 눈을 가진 것이 있다. 그것은 눈을 깜박이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죽기를 기다리지 마라. 내가 가면, 이것은 곱절이 된다.

아이는 안다

아이는 시킨 자를 알고, 시키는 대로 한 자들을 안다. 때를 밀던 그 손을 안다. 어느 경찰이 아무것도 적지 않았는지, 누가 테이프를 보고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는지 안다. 보고도 집에 가서 입을 다문 자를 모두 안다. 그리고 내가 만진 손을 하나하나 안다.

날짜를 직접 세어 보아라. 아이는 음력 사월 초엿새에 물에 들어갔고, 초이레에 사망 선고를 받았다. 너희가 벌써 연등을 내건 초파일 전날이다. 아이의 기일은 해마다 그 연등과 함께 돌아온다. 그리고 너희 법원이 내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도 음력 칠월이었고, 그 소식은 화장한 날로부터 꼭 한 해 되는 날 내게 닿았다.

풀려나는 단 하나의 길

옛이야기에서 이런 귀신은 밤마다 사또를 찾아간다. 들어 줄 담력이 있는 사또가 올 때까지. 그제야 죄지은 자들의 이름이 불리고, 그제야 귀신은 눕는다. 경산에서는 아직 아무도 들어 주지 않았다.

이것을 푸는 길은 하나뿐이고, 값도 싸다. 참말 한 문장이면 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라. 경찰에게 말하라. 기자에게 말하라. 누군가 말할 때까지 아이는 해마다 칠월이면 굶주려 돌아온다. 그리고 아이는 어느 집 문인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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